임성민 기자"아이고 밤이 더 문제에요. 낮에는 그래도 움직이니까 괜찮은데…"지독한 폭염에 취약계층의 여름나기는 더욱 힘겹기만 하다.
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좁은 골목길 사이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.
이곳에서 7년째 홀로 지내고 있는 서철이(79)씨의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다.
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방안은 한증막처럼 열기로 가득했고, 선풍기 2대를 틀어놔도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는 쉽게 가시질 않았다.
특히 밤이 곤혹스럽다.
서씨는 "밤에는 자야 하는데 더우니까 잠은 안 오고 땀만 계속 나서 지친다"며 "며칠 전에는 방 안 온도가 36도까지 올라갔는데 그때는 숨이 꽉꽉 막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"고 토로했다.
곳곳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를 찾고 싶지만, 퇴행성 척추협착증으로 거동이 불편해 이마저 버겁기만 하다.
서씨 방 안의 온도가 33도를 웃돌고 있다. 임성민 기자서씨가 겨우 찾을 수 있는 곳은 에어컨이 설치된 인근 이발소가 전부다.
이곳에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워주며 더위를 피하고 있지만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.
서씨는 "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이발소에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워주고 있다"며 "눈치가 보여 오래 앉아 있긴 힘들다"고 말했다.
기초생활수급자인 서씨에게 지원되는 돈은 고작 70여만 원.
이 돈마저도 월세나 생활비로 쓰고 나면 시원한 음료 하나 사 먹는 것도 부담이 크다.
청주시에 따르면 서씨와 같은 폭염 취약계층은 지난달 31일 기준 모두 2888명이다.
시는 폭염 취약계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선풍기와 냉스카프 등 냉방 물품을 지원하는 한편 전화와 문자 안부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.
시 관계자는 "직능단체와 복지 도우미, 사회복무요원 등을 활용해 폭염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"고 말했다.
올해는 특히 역대급 폭염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, 취약계층에 대한 더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.